“언제 마지막으로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달려보셨나요?”
바쁜 직장 생활, 쉴 틈 없는 육아, 그리고 현실이라는 이름의 무게 속에서 40대 아빠들의 하루는 눈 깜짝할 새 흘러갑니다. ‘운동’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고, ‘나’라는 존재는 점점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바쁜 아빠들 중 일부가 뛰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꾸준히, 그리고 기쁘게.
이 글은 그 아빠 러너들의 이야기입니다.
왜 뛰기 시작했고, 어떻게 시간을 쪼갰고, 달리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진심 담아 나눠봅니다.
40대 러너의 시작: ‘나는 왜 달려야 했는가?’
김성훈(45세) 씨는 하루 13시간 일하고, 밤 10시에 집에 들어옵니다. 두 아이가 각자 책가방을 꺼내며 "아빠, 숙제 봐줘"라고 말하고, 아내는 그날도 고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있습니다. 밥을 먹고, 숙제를 보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시계는 자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뭔가 허전했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이게 다인가,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건가… 자꾸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어느 날 아파트 단지 내를 밤에 산책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다리도 아프고, 10분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저한테 뭘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말 그대로 ‘나만의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걸음을 빨리해봤습니다. 뛴다기보단 ‘빨리 걷기’에 가까웠습니다.
숨이 찼고, 땀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시원했습니다.
“그날은 참았던 울음이 터졌어요. 누구한테도 말 못한 내 속이, 뛰면서 풀렸던 것 같아요.”
그는 그 이후로 퇴근 후 단 15분이라도,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끝에서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
“내가 나를 버텨주는 기분, 그게 너무 소중해요.”
시간 없는 아빠가 시간을 만드는 법: 30분의 기적
“시간은 없어요. 대신 ‘내가 나를 챙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시간은 생기더라고요.”
윤재호(43세) 씨는 흔한 말로 ‘눈 떠서 잘 때까지 미쳐 돌아가는’ 직장인입니다.
IT기업 부장, 팀장 회의, 매출 압박, 그리고 집에서는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애들이 밥 안 먹는다고 울고, 와이프는 오늘도 혼자 하루 종일 싸웠다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퇴근해도 쉬는 느낌이 아니에요.”
그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상태로 10년 더 살면 나는 그냥 껍데기만 남겠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새벽 5시 40분 기상.
“기상하고 10분 준비해서, 6시에 아파트 단지 돌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미친 짓이라 생각했죠. 근데 5일쯤 되니까, 이게 안 하면 더 힘들더라고요.”
그는 점점 아침 러닝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 30분이, 하루를 이기는 에너지를 줘요.
그리고 이상하게, 집에서도 짜증이 줄었어요.
회사에서도 덜 흔들리고요.”
처음엔 가족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이가 먼저 묻습니다.
“아빠, 오늘도 뛰었어? 나중에 나도 같이 뛰자!”
그는 말합니다.
“운동은 체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부서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해야 돼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살아난다: 달리면서 찾아낸 나
박민호(46세) 씨는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괜찮은 척, 집에선 또 무표정. 어느 순간 웃는 법을 잊었어요.”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운동을 권유받았지만,
“아니, 웃을 힘도 없는데 운동이 되겠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마지막 희망처럼, 그는 달리기 앱을 켜고 집 앞 공원으로 나섰습니다.
“혼자 조용히 뛰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씩 열리더라고요.”
한 달, 두 달…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박 씨는 작은 자존감을 얻었습니다.
“나 이만큼은 할 수 있구나.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구나.”
그는 어느 날, 10km 마라톤에 도전했습니다.
완주 후, 자신도 모르게 벤치에 앉아 울었습니다.
“그 날, 난 다시 살아났어요.”
지금은 매주 아들과 함께 동네 러닝 코스를 돌고 있습니다.
“아이도 묻더라고요. 아빠, 뛰면 기분 좋아?”
박 씨는 말합니다.
“응. 뛰면… 아빠가 아빠가 되는 느낌이야.”
가정과 일, 운동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는 법
많은 아빠들은 말합니다.
“우린 세 가지 전선에서 싸우고 있어요. 회사, 집, 그리고 나 자신.”
그리고 이 셋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면,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달리기는 그 공간입니다.
김진수(41세) 씨는 말합니다.
“직장에서 팀원한테 치이고, 집에 오면 아이가 엄마랑 싸워서 울고 있어요. 그때마다 한 번씩 무너져요. 그런데 이상하게, 달리면서 울컥한 적이 많아요. 그게 힐링이더라고요.”
그는 이제 가족을 위해서도,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뛰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운동회, 중학교 졸업식, 성인이 됐을 때…
그 순간순간을 뛰어가고 싶어요. 단지 걸어가는 아빠가 아니라, 뛰어가는 아빠로.”
오늘도 아빠는 뛴다. 삶을 되찾기 위해
세상은 ‘아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경제력, 감정조절, 육아 참여, 가정 유지… 그리고 언제나 ‘괜찮은 척’.
하지만 아빠도 사람입니다.
지치고, 무너지고, 때로는 울고 싶고, 도망치고 싶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아빠들은 자랑을 위해 달리지 않습니다.
생존을 위해 달리고, 회복을 위해 달리고,
무너진 자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달립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오래도록 멈춰있던 자신을 느끼고 있다면,
오늘 5분만 뛰어보세요.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흐르고,
그 순간, 당신은 느낄 겁니다.
“아, 나도… 다시 살아갈 수 있구나.”